목요일이 되면, 스토리지북앤필름은 15살이 됩니다.
아마도 스토리지북앤필름을 오랫동안 알고 계셨던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책방을 운영하는 마이크는 직장 생활을 7년 정도하며, 스토리지를 함께 운영하다가 해방촌으로 2013년 책방의 터전을 옮기면서 온전히 책방 운영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어요.
그만두기 1년전에 한번 퇴사 후 자영업자의 삶을 살아보고자 결심했었으나 처참히 실패를 하고 '딱 1년만 직장생활 더 하자'라는 결심으로 다시 회사를 다녔고 해방촌으로 이전하며, 저렴한 월세를 내면서 살 수 있겠다라는 생각, 적게 벅고 적게 살자, 망해도 작게 망하자라는 마음 가짐으로 보낸 것이 벌써 10년이 되었어요. 120번의 월세를 주인 할머니에게 보냈고, 할머니는 삶은 감자와 사과, 떡과 같은 따뜻한 음식들을 저희들에게 보내주셨어요.
해방촌이 워낙 지형이 복잡하고 사람들이 찾기 어려운 곳이라 생각이 들었고, 저희 책방은 일명 해방촌이라 불리는 곳과도 제법 거리가 있어 잘 되지는 않더라도 '온라인에서 조금 책이 판매가 되고, 오프라인에서 조금만 판매가 된다면, 홀로 생활을 할 수 있겠지?'라는 끄나풀 같은 희망으로 시작을 했었습니다. 주말의 저희 책방을 풍경을 마주할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이렇게 험하고 어려운 곳에 위치한 책방임에도 불구하고 그 작디작은 공간을 찾아주는 발걸음들과 마음들이 고스란히 전달되곤 해요.
해방촌으로만 이전한지 10년, 스토리지가 시작한지는 곧 15년이 됩니다. 뭘 좋아하는 아이인지도 모른채 살아왔던 제가 독립출판을 알게 되고 하게 되면서 직접 책을 만들고 책방을 운영하기까지, 그동안 전 어떤 삶을 살아왔던 것인지 모를 정도로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점수 맞춰서 학교를 그리고 학과를 정했고, 여러 곳에 입사 원서를 넣다가 된 곳이 은행이었어요. 직장에서의 상사분들처럼 어느 나이가 지나면 차를 사고 또 조금 지나면 집을 구하고 결혼을 하며 가정을 일구는 삶을 보면서, 좋아보이는 부분도 많았지만, 과연 '나에게 맞는 삶일까? 내가 살고 싶은 삶일까?'에 대한 생각들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우연이 이끈 독립출판, 책방의 세계로 들어온 걸 종종 후회할 때도 있죠. 금전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고, 여러가지 방향으로 책방을 지속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 해야하다보니 때로는 숨이 벅찰 때가 있거든요. 그래도 매번 많은 호응을 해주시고, 매일 책방과 온라인을 통해 저희가 준비한 책들을 만나주시는 분들 덕분에 큰 힘을 받습니다. 때로 책방을 한다고 하면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말을 되돌려 받게 되는데요, 책방을 운영한다는 건 어떤 측면으로 "좋은 일"이 되었을까 싶기도 해요. 이 메일을 받아주시는 분들은 정말 좋은 일 해주시는 것이라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저희에게 해방촌이라는 공간이 얼마만큼 주어질지 모르지만, 언제나처럼 잘 부탁드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독립책방들 가운데 한 자리에서 10년을 한 경우는 없었어요. 이 점에 대해 자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매일매일 달라지는 동네의 분위기와 월세, 유지비 등을 생각했을 때 뭔가 뿌듯함은 느낍니다. 그만큼 오래되었기에 불편하고 정리가 안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방이지만 책방을 탐구하듯 여기저기 찾고 찾는 손님들을 보면 너무 뿌듯해요. 마치 보물을 찾는 풍경이랄까요. 10년이 된만큼 모던하거나 아주 깔끔하게 정리된 책방처럼 보이진 않을지 몰라도 매일 책방의 서가를 정리하고 단정하게 보이려고 늘 노력한답니다.
책방의 15주년 그리고 새 책 <록셔리>의 텀블벅이 이번주의 소식이 될 것 같아요. 혹시나 그동안 촬영했던 책방, 책방에서 구입한 책들을 사진이나 그림으로 기록하신 게 있으시다면 #스토리지15주년축하해 태그로 남겨주세요. 공유해주시는, 메세지로 전해주시는 그림들과 사진들을 보면 그저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크게 들더라고요. 조용하게 맞이하게 될 15번째 생일을 조용히 축하해주시길 바라며, 모두 행복한 일주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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